"손에 페인트 안 묻어"…'인하대 추락사' 살인죄 결정적 단서

입력 2022-08-16 10:18   수정 2022-08-16 10:40


인하대 캠퍼스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남학생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데는 법의학 감정 결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남학생은 초기 경찰 조사에서 창문에 걸쳐 있던 피해자의 몸을 밀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가 이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준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인하대 1학년생 A(20)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20대 여성 B씨의 몸을 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추락한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잠에서) 깨어보니 집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함께 사건 현장을 조사한 법의학자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연합뉴스에 "경찰 수사 기록에 담긴 피의자 진술 중에 '밀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피해자를 밀었다는 진술은 다리를 들어 올려 밀었다는 의미"라며 "그렇지 않고선 (술에 취해) 의식이 없어 몸이 축 늘어진 피해자가 (바닥에서 1m 6㎝ 높이) 창문 밖으로 추락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피해자 윗배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창문틀에 눌린 자국이 발견됐다"면서 "외벽 페인트가 산화하면서 묻어나는 물질이 피해자의 손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피해자의 팔이 창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태에서 (창틀에 걸쳐진) 배가 오래 눌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 속 동영상은 성폭행을 시도하기 직전부터 B씨가 추락한 직후까지 상황이 29분간 음성으로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휴대폰에 저장된 이 동영상은 소리만 녹음돼 있었으며 영상 초반에는 반항하는 듯한 B씨의 음성이 담겼다. 이후 20분가량 지나서는 울부짖는 듯한 소리도 담겼다.

이후 '쾅'하는 추락음이 들린 뒤 "에이 X"라고 말하는 A씨의 목소리와 함께 얼마 뒤 휴대전화가 꺼졌다.

이 교수는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91∼0.192%로 상당히 높았다는 점, 복도 바닥에서 창문까지의 높이가 1m 6㎝, 벽 두께가 24㎝였는데 피해자의 손에 벽면 페인트가 묻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해 "피해자가 스스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에 "피해자는 추락 후 4∼5시간 만에 사망하기까지 병원에서 수액도 맞고 혈액도 투여받았다"며 "추락 직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사망 당시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른바 ‘세미코마’(반혼수상태)로 의식이 없었을 텐데, 스스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

앞서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구미옥)는 경찰이 준강간 치사 등 혐의로 송치한 인하대 1학년 A씨의 죄명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변경해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A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전혀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추락시켜 사망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달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 건물에서 B씨를 성폭행하려다 3층에서 추락시키고 1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추락한 B씨는 행인에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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